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은 우리가 단순히 집중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시스템에 의해 도난당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던 산만함과 집중력 저하가 사실상 심각한 사회적 유행병이라는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의 일상과 환경에서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무엇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하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3만 마일 이상을 비행하며 전 세계의 250명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그 여정 속에서 발견한 것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한 집중력의 붕괴와 그 원인들이다.
우리는 어떻게 집중력을 도둑맞고 있을까?
하리의 주된 탐구는 바로 ’왜 우리의 집중력이 사라졌나?’이다. 현대인은 점점 더 짧은 시간 동안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예를 들어,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작업에 단 65초 정도만 집중할 수 있으며, 직장인들의 집중 시간도 평균 3분에 불과한 상태다. 놀랍게도 우리는 그동안 이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자제력 부족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하리에 따르면, 집중력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자제력 부족 때문이 아니다. 이는 우리가 속한 환경과 시스템이 우리에게 강제로 산만함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집중력 저하는 현대적 삶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사회적 유행병으로, 이것은 비만율의 증가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현대 생활 방식과 시스템의 변화에 그 원인이 있다.
현대 사회의 시스템이 만든 집중력 위기
요한 하리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집중력 문제를 비만과 비유하며 설명한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서구 사회에서 비만은 드물었으나, 이제는 사회적 유행병이 됐다. 이것은 개인들이 갑자기 탐욕스러워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이 결합하여 설탕과 탄수화물이 가득한 정크푸드가 쉽게 유통되며 생활 방식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집중력 문제 역시 마찬가지로,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우리에게 집중력 도둑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리는 이를 12가지 주요 원인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 중 일부는 너무 많아서 문제를 만든 요인들이고, 또 일부는 너무 부족해서 문제를 만든 요인들이다.
집중력 문제의 두 가지 측면: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것들과 너무 적어서 문제인 것들
너무 많아 문제인 것들
- 멀티태스킹: 우리는 일을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해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하려 한다. 하지만 이럴 때마다 우리의 뇌는 각 작업을 전환할 때마다 재설정되며, 이는 뇌의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 테크 기업의 감시와 조작: 실리콘밸리의 대형 기술 기업들은 사용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기기 앞에서 소비하도록 우리의 주의력을 조정하고 있다.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은 사용자들을 자극하며 주의력을 분산시킨다.
- 만성 스트레스와 과도한 각성 상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위협을 느끼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뇌는 항시 경계를 늦추지 않게 된다. 이는 마치 매일 우리가 공격당할 것을 대비하는 상태로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너무 적어 문제인 것들
- 수면 부족: 수면 시간 동안 우리의 뇌는 낮 동안 쌓인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고 리프레시하는데, 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뇌의 기능이 크게 저하된다.
- 독서와 깊이 몰입할 시간 부족: 책을 읽고 깊이 몰입하여 사고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은 점점 더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저하된다.
- 영양가 없는 식단: 우리의 몸과 뇌는 정크푸드나 값싼 탄수화물 식단에 의해 제대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멀티태스킹의 실체
특히 현대 사회에서 큰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멀티태스킹이다. 우리는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려고 하지만, 이는 사실상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우리의 뇌는 한 가지 작업을 마친 후 다른 작업으로 전환할 때마다 재설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낭비된다. 이렇게 전환비용이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시간이 절약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이 소모되고, 창의력까지 떨어진다.
제대로 자지 못하면 집중도 어렵다
수면 부족은 집중력 저하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이다. 우리는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 일종의 청소 작용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낮 동안 뇌에 쌓인 독성 단백질을 제거하고 다음 날 집중력을 회복시킬 준비를 한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이러한 정화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뇌 기능은 크게 저하되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는 알코올이 취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의 인지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음식과 집중력의 관계
우리의 식단은 집중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종종 “당 떨어진다”라는 말을 하며, 에너지를 빠르게 공급해줄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이 가득한 간식을 섭취하려 한다. 하지만 이런 음식은 혈당을 급격히 올린 뒤 급격히 떨어뜨리는 “혈당 롤러코스터”를 일으킨다. 이는 우리를 피곤하고 산만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로 만든다.
ADHD의 과다 진단과 딴생각의 필요성
최근 사회에서 ADHD 진단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진단은 종종 집중력을 잃은 사람들에게 해결책으로 제시되지만,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 시스템에 있을 수 있다.
한편 딴생각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도 있다. 하리는 종종 딴생각을 하는 것이 집중력의 반대라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사실 딴생각도 중요한 집중의 한 형태라고 말한다. 우리가 주의력을 좁히고 한 주제에만 몰두하는 것 외에도, 넓은 사고방식으로 전환되는 딴생각의 에너지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유행병으로 번진 집중력 저하
하리가 주장하는 바는 명확하다. 집중력 문제는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유행병이다. 그동안 우리는 산만함과 집중력 저하를 개인의 실패로 여겨왔다. 자제력과 의지가 부족한 사람들이 겪는 문제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 구조 자체가 우리에게 집중력 도둑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봐야 한다.
해결책은 어디에 있는가?
하리는 “도둑맞은 집중력”을 통해 우리가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선 개인적 노력이 아닌, 근본적인 사회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안하는 세 가지 대담한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 감시 자본주의 금지: 대형 테크 기업들이 우리의 주의력을 수익화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 주 4일 근무제 도입: 더 짧은 근무 시간으로 집중력을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어린 시절 보장: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놀이 환경을 복구해야 한다.
이러한 대안들이 지금의 우리에게는 이상적일 수 있지만, 인간이 만든 집중력 위기는 우리의 힘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개인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한 강력한 사회적 운동이 필요하다.
결론: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싸움
“도둑맞은 집중력”은 우리가 단순히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집중력이 사실 현대 사회 시스템에 의해 도난당하고 있음을 일깨운다. 우리는 집중력이 소중한 자원임을 깨닫고, 이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개인적인 노력이 아닌, 보다 강력한 사회적 조치와 구조적인 변화를 통해 우리는 다시 깊이 사고하고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우리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인식하고, 시스템에 맞서 싸워야 할 때다. 우리는 이미 이 싸움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알고 있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싸움에 참여할 결단일 뿐이다.